촛불 시위에 대하여

작금의 촛불 시위에 대해서 나도 의견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동안 촛불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내내 무언가 찜찜하고 불안했다. 마치 칸트가 제1명제를 정립하여 도덕 철학을 전개하였듯이, 나 또한 무언가 확실한 기반 위에서 의견을 정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먼저, 우리가 무엇에 대하여 반대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산 소를 수입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반대하는가?  또는,  미국산 소를 들여옴으로써 국내 축산업이 초토화하기 때문에 반대하는가?  초점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시위대 요구사항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위대는 국민 건강 위협을 그 명분으로 삼는다. 만약 축산업 관련 문제라면 정부가 준비기간도 없이, 대책도 없이 개방한 점을 공격하고 미국과 협의하여 준비기간을 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 건강 위협이 명분이라면 시위대 요구 사항은 지금처럼 검역 주권이나 미국산 소고기 안전성 여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우는 어떤가? 만약 한우가 (광우병 문제와 관하여) 미국산 소와 마찬가지 사정이거나 혹은 그보다 못하다면,  미국산 소의 위험성을 따질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이 점은 이미 수입 중인 호주산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한우도 사료로 육골분을 많이 쓴다. 현재 시위대가 미국산 소에 요구하는 정도만큼, 한우에 관심하였는가?  단순한 딴지가 아니라, 이 점은 꼭 짚어야 할 문제다.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싸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많이 먹을 터인즉, 한우나 미국산 소가 사정이 같다 해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문제라고 말이다.  먼저 소고기 값이 싸진다고 온국민이 소고기를 예전보다 두 배, 세 배 더 먹는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 프리온은 서로 종이 다른 동물로 가서도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만약 육골분 때문에 소에 변성 프리온이 있게 되고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면, 육골분 사료를 먹는 모든 동물 고기가 다 용의선상에 오른다. 돼지고기나 닭고기가 프리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러면 축산업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른다.

 

미국은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1인당 고기 섭취량도 한국인보다 훨씬 많다. 그런 미국에서 아직 인간광우병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게 안다.)  30개월 이전 소를 미국인들이 먹지 않고, 중요 위험 부위를 먹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아무리 그래도 자주 먹는 데에는 답이 없다.  생물농축이 달리 문제인가? (프리온은 감염 문제가 아니라 중금속과 같은 생물농축 문제다) 미국 소의 검역이 불안한 여지가 있다고 해도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자극적 어초로  경계할 만큼은 아니다.  이 안정성 문제를 풀려면 먼저 네 가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1.   변성 프리온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리는가?

2.   변성 프리온이 소고기에만 있는가?

3.   한 사람당 프리온이 얼마나 축적되어야 인간광우병이 생기는가?

4.   소고기 어느 부위에 프리온이 어느 정도나 있는가?

 

이 네 가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광우병에 대한 걱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내가 아는 한 아직 광우병에 대하여 저 네 가지 문제에 대해 확인 완료 한 사항이 없다.

 

 

두 번째는 시위대 자체의 속성 문제다. 시방 시위가 반정부 시위화하는 중인데, 이것이 옳은가? 이명박은 어떤 강요나 협박 없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자신이 이명박을 뽑지 않았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하지 않았어도 투표에서 뽑혔기 때문에 그이가 대통령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법치주의, 민주주의 사회라 할 것이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얼마나 낮았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안 되니 투표하자는 소리가 인터넷상에서 그토록 많았건만 투표하지 않고서, 적법하게 대통령이 된 뒤에 탄핵이니 하야니 하면 애당초 도리에 맞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시위대가 국민 전체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없다.

 

“투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책임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 점은 분명 맞다. 그러나 ‘가능은 할지언정 도리에 맞는 일은 아님’을 자각해야만 한다.  또 대통령에게 책임을 요구하는데 얼마나 배경사정을 이해한 상태에서 요구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시위는 놀이가 아니다. 놀이가 되어서도 안 된다. 시위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집단적 의사표현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끼어서, 뭐가 어떤지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는 몰라도 남들이 다들 이명박을 욕하면서 탄핵하자 하니까 자신도 같이 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풀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일 자체가 경제 하나는 잘 해줄 듯하다는 이미지 때문이었으니, 결국 이미지 정치의 승리다. 그래놓고서 시위대도 이미지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을 공격하겠다 함은 독을 독으로 풀자는 말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도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과 수용을 국민적으로 고려할 때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젠 공권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국민접 합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 언제까지 공권력을 시민 사회와 대립되는 억압으로 인지해서야 쓰겠는가?

by 비안네 | 2008/06/05 20:44 | 잡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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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티안무 at 2008/06/05 22:33
3명이 있기는 한데 그게 전부 광우병 위험 지역에서 이민 온 사람들 원래 미국인 중에서는 아무도 없죠. 그런데 시위자들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까요??
Commented by 칼스루헤 at 2008/06/08 15:04
근데 뭐, 투표율 높았어도 이명박이 되었을거라는거지 워낙 대립각을 세울 후보도 없었고-_-);; 투표는 했어도 내가 지지했던 후보는 10%도 못넘어서 슬프더만~_~; 여튼 뭐 잘되길 기대합세.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니까,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결과가 나길 바랄뿐.
Commented by bearstone at 2008/06/08 18:09
극렬한 미국소=미친소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위대중 특히
시위를 통해 무언가를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광우병이 정말로 심각하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광우병 및 미국소수입은 그저 시위촉발을
위한 도구일 뿐이죠. 그러니 광우병 관련해서 실질적인 위험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뇌송송 구멍탁"
같은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구호가 남발되는 거겠죠.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8/06/11 12:53
티안무/ 시위대 참가자 중 이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분히 생각해 본 사람은 별로 없을걸. 하긴, 문제에 여러 가지 요소가 많이 개입해서 그런 거 다 생각하면 뚜렷한 주관을 가지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칼스루헤/ 이명박만 피했어도 됐을지도 몰라.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것을 현실에 구현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최근 무척 자주 든다네.

bearstone/ '맥주 돌'입니까! (핥으면 맥주 맛? ^^;; ) 저도 이번 시위는 사회적 불만과 현 정권에 대한 불안 등등이 뒤섞인 와중에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가 도화선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야 어떻든 이번 시위는 사회와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이 기저에 깔렸음을 간과할 수가 없지요. 그러기엔 너무 강력하거든요. 하지만 자기 믿음이랄까요, 자기를 설득하기란 표현이 가능할 수도 있을 터인데, 광우병에 대하여 정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열쇠수색자 at 2008/06/22 23:43
안녕하세요. 간만에 들려보는군요

1. 변성 프리온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리는가?
- 그렇다고 학계에서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프리온 감염이지 농축은 아닙니다. 아직 바이러스인지 핵산의 변형인지 정확하게 검증은 안되었습니만.
2. 변성 프리온이 소고기에만 있는가?
- 아닙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주사된 여러 동물들이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3. 한 사람당 프리온이 얼마나 축적되어야 인간광우병이 생기는가?
- 그건 알 수 없습니다.
4. 소고기 어느 부위에 프리온이 어느 정도나 있는가?
- 거의 모든 부위에 있다고 합니다.

프리온으로 노벨상까지 받은 학자가 있습니다. 과학은 언제나 모든 질문에 대해 100% 정확한 답변을 주지는 않습니다. 100%가 아니라고 오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죠. 그렇기에 일본이 검역주권을 가지고 강력히 수입규제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8/06/27 22:14
열쇠 수색자/ 댓글은 예전에 봤는데 계절학기다 뭐다 바빠서 이글루를 팽개쳐 두었네요. ^^;;

1. 변성 프리온이 광우병의 원인이라는 게 현재 학계의 주류학설인데, 프리온이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프리온은 단백질입니다. 변성 프리온은 단백질 주제에 열에도 변성이 쉽게 안 되고, 단백질-단백질 interaction으로 정상 단백질을 변성 프리온으로 바꿔버리지요. 유전도 안 하면서 자신과 같은 것을 늘린다는 게 참 놀라운 일입니다만.... 그래서 변성 프리온을 일종의 독성물질로 간주하고요. 만약 프리온이 핵산의 일종이라면 PCR로 검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이러스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지요.

2. 변성 프리온이 쇠고기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축산업 전반이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종을 뛰어넘어 발병 단백질로 기능한다면 참 놀라운 일입니다.
3. 광우병을 발발케 하는 프리온 정도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안전규제도 만들 수 있어요.
4. 거의 모든 부위에 있다지만, 부위별로 어느 정도인지는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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