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와인이라고들 하는데 난 와인이란 말을 일부러 쓰지 않는다.
라틴어에서 포도, 포도나무를 가리키는 어근 vin에서 유래했는데,
V U W가 서로 뒤섞인 인도유럽어 발음 체계(및 철자 체계)에 따라
wine이란 표기가 나왔고, 영어식으로 '와인'이라고 읽는다.
실상 '와인'이란 말은 영어 발음에 기반한 한국의 외래어라고 해야겠지.
나한테 포도주 마시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 형이 있어
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와 와인은 가리키는 대상이 조금 다르다 한다.
깊게 생각해 보면, 적어도 한국어 용법에서 포도주와 와인이란 말은
가리키는 바가 조금 달라서 와인이 포도주의 하위개념인 듯하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포도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난 결코 와인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와인이란 말이 나한테는 기름기가 철철 흐르는 단어처럼 다가온다.
포도주라고 해야 깔끔하고 개운하다.
포도주를 마실 때 무슨 잔재주가 그리 필요한가.
이리 저리 마셔가면서, 스스로 맛있게 마시는 법을 찾으면 그만이다.
일본 만화책 신의 물방울을 재미있게 보지만 한편으로는 탐탁지 않다.
그 책 때문에 포도주에 대한 환상이 강해졌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루카 22,18)
예수님은 당시 중동 풍습에 따라 포도주에 물을 타 마셨고,
또 포도주를 잔에 따라 감사기도를 올리셨으니,
포도주는 기쁨의 상징으로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물품이며 일상적 음료이기도 했다.
유태인들이 식사 때 쓰는 축뵥기도 중 포도주 기도는 이러하다.
"우리 하느님이시며 온 누리의 임금님이신 주님, 찬양받으소서.
주님께서는 포도 열매를 맺게 해 주시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