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03일
책-'불교의 수인과 진언'
비로영우 저. 「불교의 수인과 진언: 불교 수행의 방편, 깨달음의 상징」. 서울: 하남출판사. 2006
강남역 근처 서점 '북스리브로'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무척 즐거웠다.
우리나라 불교는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는 데도
이렇게 작정하고 주력수행을 다룬 책이 나오다니!
이젠 사람들이 이래저래 줏어들은 잡지식이 많아서
여려 분야에서 목마름을 해갈할 자료를 구하니,
부름에 응하여 이런 책도 나오는가 보다.
나도 인터넷에서 이 책을 쓴 이가 올린 게시물을 읽은 적이 있다.
주력수행을 강조하되,
범어에 충실하게 음역한 한글 번역문을 몹시 강조함이 인상 깊었다.
책에는 진언 284개를 소개하였는데,
각 진언마다 수인 맺은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실었다.
각 장마다 한글 음역문과 알파벳 음역문을 소개하고, 진언 내용을 짤막하게 설명하였다.
진언은 본디 내용을 해설하지 않는다 하니 짧게만 소개하지 않았나 짐작한다.
나는 글쓴이가 옮긴 한글 음역문에 불만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자는 산스크리트어 전문가에게 감수받지 않은 모양이다.
저자는 저 유명한, 반야심경 진언을 예로 들면서 svaha를
'스봐하'라고 음역해야 충실하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확실히 한국인 귀에 '스봐하'처럼 들리긴 하다.
하지만 안 그래도 v랑 한글 ㅂ이 서로 다른데,
va를 '봐'라고 음역해서야 없는 모음을 도리어 하나 더한 꼴이 아닌가?
차라리 '스바하'라고 해야 더 비슷할 터이다.
혹 swaha로 간주하고 '스와하'라 번역해도 이해할 수 있다.
알파벳으로 namah라고 옮긴 부분을 한글로는 '나맣'이라고 음역했다.
한국인이 어떻게 소리내란 말인가?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래서야 알파벳 음역만 제시함만 못하다.
namah란 발음은 '나마-' 하고 길게 소리내야 할까,
아니면 '나마(흐)'하고 끝에 약하게 바람소리를 넣어서 소리내야 할까?
글쓴이는 범어의 본디 발음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부분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글쓴이 자신이 그런 부분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혹시 글쓴이는 radio를 '뤠디오'라고 번역하면 원어 발음이랑 가깝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뜻밖에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
요코하마 에스페란토 대회에 참석했을 때,
오오모토교 사람들한테 진콘鎭魂 수인을 배웠다.
진콘 자세가 불교풍 수인과 몹시 비슷했는데,
불교의 어떤 수인과 비슷한지는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신사를 참배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때에도
진콘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진콘 자세와 똑같은 수인을 그 책에서는 '부동근본인'이라고 하였다.
오오모토쿄 사람들은 친콘 수인이 기를 한데 모으는 자세이자,
오오모토교 사람들이 신에게 기도할 때 취하는 기본적인 자세라 하였다.
일본은 불교 전통이 깊은 나라이니,
부동근본인을 오오모토교에서 받아들여 의미를 독자적으로 해석하였을까?
그렇게 짐작은 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이 책을 보다가 문득 애니 '고스트 헌트'가 생각났다.
귀여운 마이 짱이 거기에서 전직 땡중이자
현직 뮤지션인 남정네(흥)에게 진언을 배우는데,
그 진언 중에 (내가 듣기로는) '나우마크'란 말과 '바자라'란 말이 들어간다.
svaha를 일본에서는 '소와카'라 하니,
'나우마크'는 namah가 아닌가 싶다.
범어의 h 발음이 일본어에서는 '크' 소리가 나는 발음으로 대치되었을까?
'바자라'는 vajra가 아닌가 싶지만 심증이 있을 뿐이다.
혹시 범어에도 에스페란토어의 Hx나 그리스어의 ch처럼
바람소리를 많이 내는 '크'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해보아야, 산스크리트어의 음운을 따지고 들어갈
열정은 없다.
그 전에 우리나라에서 산스크리트어 전문가를 찾으려면
불교 대학에 가야겠지?
우리나라에 범어 전문가가 얼마나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 책은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확인할 길이 없다.
수인 맺는 법이나 진언에 대해서도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출처를 밝혔는데 내가 못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진언 등은 전승에 따라 미묘하게 다를 가능성도 있으니
출처를 알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이 책은 학술적인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정말로 진언으로 주력수행을 하려는 사람을 겨냥하여 썼다.
하지만 진언이나 수인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히 모은 책은
아마 우리나라에는 달리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밀교에 환상을 품은 어중이 떠중이라면 안달복달하지 않을까.
내가 불자였다면 눈에 불을 밝히고 샀을 테지만, (내 성격은 내가 안다!)
천주교 신자라 하등 쓸 데가 없으니 조금 아쉽다.
혹 중고로 5천 원 정도에 팔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살지도 모르겠지만.
# by | 2007/11/03 22:00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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