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와 '소와카'

불교의 진언이나 다라니는 본디 범어이며,
그 발음을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한자의 뜻에 상관없이 최대한 범어 발음에 가까운 한자를 골라
한문으로 음역하곤 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그런 중국 자료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진언을
'사바하'라고 끝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진언의 한문번역본을 그대로 읽으면 '사파하'라고 써 있습니다.
즉... 사파하라 쓰고 사바하라 읽는 실정이지요.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이를 전통으로 여겨 그냥 넘어가는데
엉뚱하게 증산종교계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증산 강일순이 제자들에게 태을주를 가르쳐 주었는데,
태을주의 끝부분에 범어 진언이 있기 때문이죠.
(증산종교계에서는 불교에서 쓰던 구축병마주.. 즉 병마를 쫓는 진언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고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태을주를 한자로 곧이곧대로 읽어서 사파하-라고 할지
불교 전통을 따라 사바하로 할지 교단마다 말이 다른 실정이죠.
증산도는 사파하로 읽지만 증산교(본부가 전남에 있는 소수종파)는 사바하로 읽습니다.
그 외에도 증산종교에는 교파가 많은데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죠.
 
 
그리고 일본 불교에서는 '소와카'라고 읽습니다.
애니나 게임에도 '옴~'으로 시작해서 '소와카'로 끝나는 주문이 나올 때가 꽤 있죠.
 
그런데 범어 진언의 로마자 음역을 보니 이러했습니다.
 
SVAHA
 
즉, 한글로 음역하면 '스바하' 혹은 '스와하'입니다.
(주의 : 인도유럽어에서 V와 W는 서로 흔하게 바뀜)
 
사파하는 애시당초 따질 수가 없고...
사바하든 소와카든 원어 발음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소와카보다는 사바하가 그나마 더 가깝네요.
 
 '사파하'는 현대 한국식 한문 읽기에 따른 음이니
옛 중국식 한문 읽기로 읽으면 SVAHA에 더 가까운 발음이 나오겠지요.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은 본디 중국의 법률용어였다고 합니다.
의미는 '율령(법령)대로 서둘러 처리하라'는 뜻으로,
공문서 말미에 흔히 쓰던 말이라는군요.
 
이게 도가의 주문으로 흘러들어가,
주문 끝에 흔히 급급여율령을 덧붙이곤 했지요.
아마, 주문이 요구하는 바를 신령들이 얼른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제 귀로 듣기에, 일본 애니에서는 '규(큐?)큐요이쯔료'로 발음하는 듯하더군요.
그런데 애니 제작진들....
 
등장인물이 밀교풍 수인을 맺으면서 '급급여율령' 이라고 하니
 
갓 쓰고 자전거 타기도 아니고 ㅠㅠ
 
 
엄격한 고증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니
도교면 도교풍으로, 밀교면 밀교풍으로, 신토면 신토풍으로 해 줘.

(롸입문에도 올린 것을 여기에도 올림)

by 비안네 | 2007/09/21 19:55 |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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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講壇走狗 at 2007/10/23 21:48
급급여율령은 kyuu kyuu nyo ritu ryou쥬.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7/10/24 11:05
고람거사/ ...아니, 이런 변방오지(?)에 오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귀에 들리는 대로 썼는데, 비슷하면서도 달리 들었군요. 제 블로그엔 별로 읽을 만한 글이 없을 터러 참 민망합니다. (____)
Commented by 아르니엘 at 2008/08/09 17:00
수인 문제 말인데, 원래 도교에도 인을 맺는 기술이 있고, 음양도에도 원래 기술 체계는 잡밀 순밀 가리지 않고 섞어대기때문에 주문 자체가 섞여있습니다. 실제로 종교로써의 체계는 도교에 가까운데도 음양도의 주문은 범어가 많죠. 그러므로 음양도의 술사가 수인을 맺는다고 해서 반드시 범어의 주문을 외울필요는 없습니다. 이점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죠.
다만, 비슷하긴 해도 신도계의 술사가 수인을 맺는다느니 범어를 외운다느니 하는건 완전 엉터리지만요. 신도계의 주문은 전부 고어긴 해도 구어체의 일본어거든요. 당연히 구자조차 긋지않습니다. 주술이라는 측면에서는 밀교, 음양도, 주금도, 도교, 수험도까지 전부 한 카테고리에 쓸어넣더라도, 신도는 독립된 체계를 가지고있죠. 뭐 신불습합때문에 섞이긴 해도 그렇게 섞이진 않으니까요.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8/08/10 00:19
아르니엘/ 도교에도 인을 맺는가요? 그건 몰랐군요. 전 주술 계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신도계의 주문이란 노리토를 말하는가요? 신불습합은 본지수적설을 만들었을 정도니 신불습합의 영향이 작다고는 하기 어려울 텐데요. 일본의 신들이 법화경을 수호한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고신도 계열이라면 좀 다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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