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 기행기 02

여동생이 캐나다에 한 달간 있다가, 제가 출국하기 며칠 전에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들고 갔던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났더군요. 안타까웠지만 수리할 시간도 부족하여 카메라 없이 출국하기로 합니다. 일본에서 디지털 카메라 값이 싸다면 사기로 하고 아버지께 20만 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출국하기 전날 외환은행에서 환전하여 엔화 4만 5천 엔을 받았습니다.

07년 8월 4일.

05시에 일어나 가볍게 죽만 먹고 김포공항으로 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전철을 타고 김포공항 국제선으로 갔습니다. 일본까지 같이 가기로 한 에스페란토 회원들이랑 공항에서 만났습니다. 모두들 아침은 공항 내 음식점에서 때우고 09시 30분발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하네다(羽田) 공항에 내리니 11시 50분이었습니다. 본디 예정으로는 15분 이상 일찍 내렸을 터이나,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고 나서도 생각보다 시간을 끌었습니다. 하네다 공항 입국심사선에서 신고 카드를 제출하는데, 당혹스러웠습니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머무는 곳 주소와 연락처 등을 빠짐없이 기입하라고 하더군요. 저야 머무는 호텔 주소만 썼는데, 심사관이 머무는 곳이 친구네 집이냐고 묻더군요. 호텔이라고 하니 호텔 이름을 쓰라고 했습니다.

심사관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서, 하네다 공항에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았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한글...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인 직원이 한국어로 안내방송까지 하더군요)

다른 일행은 아마스로제이오(단체숙박소-에스페란토어)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와 B군은 다른 곳에 가기로 하였죠. B군이 일본에 지인이 있기도 해서 다른 호텔을 잡았습니다. 쓰루미(鶴見) peare 호텔인데, 요코하마(橫浜)에서 좀 떨어져 있습니다. 호텔을 예약하고 길을 알아본 사람이 B군인 관계로 B군이 앞장서 전철을 타러 갔습니다.

일본 전철 체계, 한국인이 익숙해지기에는 좀 복잡하더군요. 꼰벤뚜알 작은형제회 소속 이탈리아 신부님이 일본 프란치스코회에 축하하러 갔다가 전철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실감했습니다. 전설 노선도에 각역 요금이 적혀 있더군요. 그 요금을 찾아야 하고, 자기가 가려는 역이 어느 노선인지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는데 며칠 걸렸습니다. B군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길을 물어보며, 쓰루미 역으로 갔습니다. 쓰루미 역은 게이큐센(京急線)과 JR선이 지나는데, 저는 처음에 역명이 '게이큐 쓰루미'인 줄 알았습니다. 노선도에 京急鶴見이라고 씌었거든요.

쓰루미 페루 호텔(일본인들은 '페루'라고 발음하더군요)에 무사히 도착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대회장에 가려고 밖으로 나와 미나토미라이역(이 역명은 히라가나로만 쓸 뿐 한자로는 쓰지 않음)에 갔습니다. 안내책자에는 '파시피코 요코하마'에서 한다고 했는데, 파시피코 요코하마가 어딘지 몰라서 몇 시간을 헤맸습니다. 인파 중에 에스페란토 대회 참석자용 명찰을 목에 건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참석장에 갔습니다. 두 사람이 이미 지나쳤던 곳이라 얼마나 허탈했는지 모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국인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말을 걸기를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고작해야 "니 셰르차스 콩그레세이온" (우리는 대회장을 찾습니다)라고 말하는 정도였지요. 너무 피곤해서 대회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날 저녁 '인테르나찌아 베스페로' ('국제적인 저녁'이란 뜻, 친교행사임) 행사가 있었지만 여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by 비안네 | 2007/08/17 23:03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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