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포이 신탁원

William J. Board,  The oracle : The lost secrets and hidden messages of Delphi , Penguin, 2007 
[ 김혜원 역. 「신탁」 . 서울 : 가인비엘. 2007 ] 


(델포이 신탁원이라는 말은 번역서에 나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만든 말이다)

델포이는 그리스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있다고 한다.
파르나소스 산 주변은 척박하여 염소치기 정도밖에 할 일이 없다.
하지만 청동기 무렵인 기원전 1600년경부터 이 황량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델포이,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세상 양 끝에서 독수리를 날렸더니
델포이에서 만났다고 한다.
세계의 중심, 우주의 중심.
'대지의 배꼽'이라고 하는 옴팔로스가 델포이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델포이 신탁원 내 아폴론 신전 아디톤(금족구역)에 있었다.
아디톤에서 피티아 무녀가 황홀경에 빠져 아폴론과 합일하여, 그 지혜로 예언하였다.
아디톤에 있는 옴팔로스를 복제하여, 델포이 이곳 저곳에 놓았다.

예언을 듣고자 아디톤 구석 휘장 너머에서 대기자들이 기다리곤 하였는데
때때로 지상의 것이 아닌 듯한 기묘한 향을 맡았다고 한다.
그리스 문인들은 아디톤에서 '프네우마'가 솟아올라 피티아를 아폴론과 합일케 한다고 했단다.
피티아들은 칠일에 한 번씩 예언하였고,
아폴론이 올림푸스로 돌아간다는 겨울철에는 예언하지 않았다.

로마가 그리스를 점령하고, 로마에서 점점 그리스도교가 득세하면서
델포이의 영광도 그 빛이 바랬다.
마침내 델포이는 완전히 쇠망했고, 그리스도교인들이 남은 델포이를 무너트렸으며,
그 위로 흙이 덮였다.

19세기 말에 프랑스인 고고학자들이 델포이 위치를 확인하고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그리스인들이 델포이 신탁원에 대해 묘사한 내용은 정확했다고 한다.
학자들인 기대하고 흥분하면서 아폴론 신전 아디톤을 발굴했으나,
아디톤에서 도취한다거나, 가스 냄새를 맡았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자들은 실망했다.
결국 옛 델포이는 나오지도 않는 프네우마를 가지고 이천 년 가까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결론지었다.
몇몇 학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프네우마가 나오는 구멍이 막혔을지도 모른다는 설을 내놓았지만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1980년 무렵, 한 지질학자가 델포이 근처에 단층이 있으며,
그 단층 위에 델포이 유적이 들어섰음을 알았다.
그 단층은 델포이의 중심인 아폴론 신전 아래를 지나갔다.
차분히 연구를 계속하면서 아폴론 신전 밑에 다른 단층이 교차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아폴론 신전은 교차단층 위에 있었다.
델포이 근처에 미약하게 가스가 나오는 지형들이 있음도 확인하였다.

델포이 유적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검사하니, 근처에서 채취한 다른 시료보다
가스가 더 많이 포함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연구진은 '프네우마'를 '에틸렌'으로 추정하고,
'프네우마'가 대략 1800년 전에 분출을 그쳤다고 보았다.

(에틸렌은 마취학 초기에 마취제로 쓰던 도취성 환각 가스, 휘발성이 강함)


여기까지 썼으면 좋았을 텐데...
저자는 델포이의 피티아 무녀가 정말로 영적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섯부르게 추정한다.
설령 영적 능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확인할 수도 없고,
후대의 고고학/역사학이 확인해야 할 바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과학과 오컬트의 양립이라고 보는 듯하지만,
애시당초 지금 와서 피티아에게 영능력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마당에
탁상공론이 아니겠는가.

by 비안네 | 2007/07/27 09:37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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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냥 at 2007/07/27 11:37
역사에 if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있삼 ㅋㅋㅋ(왠 초딩 모드...)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7/07/27 19:33
진냥/ If는 하기에 따라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열받기도 하잖아 (___) 가령,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으면...박정희가 집권하지 않았다면....(뜽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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