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2세(1962~1965)

Robert Muchembled., Une Histoire du Diable. Paris : Seuil, 2000
[노영란 역. 「악마 : 천년의 역사」. 서울 : 박영률출판사, 2005]

서양 사회에서 악마란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서술한 프랑스 책을 읽었다. 
그런데 딱 첫 부분에 이런 글이 나왔다.

"...(중략)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인에게 사탄은 극장의 소품 코너에나 비치되는 것처럼 보였고,
이것은 트리엔트 종교회의(1545~1563)에서 나온 비극적인 시각보다는
교황 바티칸 2세(1962~1965)의 개방적이고 세상에 신뢰를 가지고 있는
현대화된 기독교를 선호하는 많은 신자들에게 마찬가지였다." (p.7)

번역자를 확인해 보았더니, 한국외대 불문과를 나온 전문 번역가란다.
그래, 번역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자기가 번역한 인문학 서적이 다루는 내용의
최소한의 사항을 모른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이없는 일이다.

특히 교황 바티칸 2세라는 표현은 서양 종교사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서구 종교를 논하려면 그리스도교가 나와야만 하고,
현대 그리스도교의 동향을 이야기할 때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심심하면 언급된다.

그래, 바티칸 2세라는 교황은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있을 뿐이다.
바티칸 공의회 개회 기간이 1962년부터 65년까지였다.
이것은 서구 종교사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종교회의'라는 단어는 여러 번역서에서 보인다.
하지만 이 단어도 문제가 있다. 종교회의라고 하면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는 회의란 것, 단지 그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번역하면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공의회concilium가 가지는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Concilium
Synodus

이 두 단어는 초기 교회에서 서로 혼용하여 썼기에 더욱 그런 오해가 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꼰칠리움concilium은 우리말로 공의회라 하며, 그야말로 전세계 모든 교회가 관여하는 대회의 중 대회의이다.
여기서 결정한 사항은 모든 교회에 구속력을 가진다.

시노드synodus는 인접한 몇몇 교구, 혹은 몇몇 나라의 주교들이 참석하는 주교 대회의이다.
여기서 결정한 사항은 여기에 참석한 교구에나 구속력이 있다.
다른 교구 교회에는 그저 참고 사항일 뿐이다.


트리엔트 종교회의는 시노드가 아니라 공의회이다.
거기서 결정한 사항은 모든 가톨릭 교회에서 따라야 할 내용이었다.

교황과 공의회 중 어느쪽에 더 권위가 있느냐는 논쟁이 중세 내내 지리하게 전개되었음을 생각해 보면, 서양 종교사 관련 책을 번역하면서 공의회와 시노드를 구분하지 않고 번역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개신교가 일어난 뒤 공의회를 열자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되었고
루터도 주장한 바지만 당시 교황은 이를 되도록 묵살하려고 했다.
당시는 아직 교황 무류지권이 선포되기 이전이라 공의회를 열면 교황 자신에게
불리해질까봐 일무러 피한 것이다.

by 비안네 | 2007/04/25 19:29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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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냥 at 2007/04/26 09:20
....바티칸 2세?..... 이뭐병....
Commented by 비안네 at 2007/04/26 21:37
진냥 / 나도 처음에 눈을 비볐다니까. 여지껏 교황명을 별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음역한 것을 보았지만, 있지도 않은 교황을 만들어낸 경우는 처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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