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신비

묻건데, 악이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악인이니, 악행이니
악령이니 하면서 惡이란 말을 쓰지만, 도대체 악이 무엇인가?
악은 어디에서 나오며, 어디에 있는가?
악은 사람 안에 있는가? 아니면 밖에 있는가?
악은 사람에게 해롭기만 한가, 아니면 이롭기도 한가?

부조리한 권능, 눈물의 골짜기를 다스리는 악의 신비.
종교는 이 세상이 낙원이 아님을 직시하던 때부터 있었다.
숱한 사람들이 악이 창궐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하였으나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악인이 공동체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을 뿐이다.
어느 한 사람도 악의 본체에는 손대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화와 교육과 사상에 힘입어
악을 억누르고 이상 세계를 이룩하리라 믿은 사람도 있었으나
모두 참담하게 무너지고 말았으니...서글픈 일이 아닌가.


어떤 사람은 온갖 영화를 누리며, 온갖 악행을 일삼고도 평화로이 죽는다.
어떤 사람은 선한데도 실컷 고생하다가 비참하게 죽는다.
세상은 분명히 불공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이든 태어나고 자라서 병들었다가,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며 즐거워하다가
마침내 죽는다.
세상은 분명히 공평하다.

만물 일체가 무상하고 영원은 없다.
산천초목도 세월이 지나면 변한다.
온갖 영화를 누리던 도시도, 강성하던 제국도 결국 사라졌다.
도시 안에서, 제국 안에서
부와 명예를 얻고자 애썼던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그 이름자뿐...

악의 신비여, 사람들을 우롱하고 대체 무엇이 남았는가?
숱한 사람을 기뻐하게 하고 노해게 하고 울리게 한 신비여,
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by 비안네 | 2007/02/23 21:12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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