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05일
일본식 다례로 차를 얻어 마시다
지난 4월 28일 금요일에 엘 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시험도 끝났고 날씨도 좋은데, 만나서 차를 마시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엘 양이 답하기를 친구에게 물어 보고 알려 준다고 했다.
저녁 때 답문이 왔다. 오후 2시에 오목교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다음날, 오전에 병원에 가고 반디 앤 루니스에서 책도 읽으며 소일하다가
시간 맞추어 오목교역에 갔다.
서로 길이 어긋났지만 별로 헤메지 않고 금방 만났다.
엘 양 고등학교 친구도 한 명 있었다. (A 양이라고 부르자)
오목교역 지하를 통해 음식점가를 둘러다니며 케이크 세 개를 샀다.
A 양과 내가 돈을 대었다. 엘 양은 차를 가져오고 A 양이 장소를 댔다.
A 양 집에 부모님이 하루 없으시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가까운 아파트에 갔다. 걔네 할머니꼐서 계셨다.
A 양 방에 들어가니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그림이 벽에 걸렸고
NT 노벨이 놓였으며, 마법이니 카발라니 하는 책이 책장에 있었다.
어쨰 익숙해 보이는 광경이라 피식 웃었다.
엘 양이 일본에서 일본식 다도를 배우더니, 한국에 와서까지 어떻게
배우는 모양이었다. 자기가 지금 하는 것은 자기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한 소리 할 만큼 대충 약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제대로 차를 마신 것은 선관무 하던 도장에서였다.
거기 관장님이 차를 좋아해서 다들 수련한 뒤 방에 모여 차를 홀짝이곤 했다.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철관음을 마셨다. 마실 때 향도 향이거니와
차를 다 마시고 난 뒤 입에 남는 느낌이 정말로 향긋해서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철관음은 중국에선 음료수처럼 흔한 차라고 한다.
보이차니 용정차니 하는 고급 차하곤 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고급 차가 아니어도 내 혀는 만나를 맛보는 듯했다.
그 다음부터 차라고 하면 눈을 붉히게 되었지만,
제대로 차를 마셔보지 못했다.
아버지께 지나가는 말로 "나중에 다도나 할까 봐요" 했더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돈도 많구나, 다도가 얼마나 돈 드는 취미인지 알고 그러냐?" 하셨다.
엘 양은 일본식으로 정좌하고 앉아 다구를 챙겼다.
붉은 수건을 접어 잔을 닦는데, 접는 데에도 법도가 있다고 한다.
선관무 도장에서 차를 마실 때, 내가 배운 예의는 단 두 가지였다.
첫째, 왼 손으로 찻잔을 잡고 오른 손으로 받쳐 마실 것
둘째, 소리내지 말고 마실 것.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어느 자리에서건 무례하단 소리는 듣지 않으리라 했다.
하지만 일본식은 많이 달랐다. 엘 양은 지금 하는 정도는 대충 대충이라고
했지만 내 보기엔 그 정도도 충분히 공경스러웠다.
엘 양이 설명해 주기를 일본에서 주인이 손님을 다회에 초대할 땐
정말 섬세하고 아름답게 미리 준비해 둔다고 했다.
꽃병 배치부터 해서 손님 자리, 주인이 손님을 마중하는 법, 비가 올 때 예의,
그 모든 사항을 꼼꼼이 따져 미리 계산해 둔다고 했다.
내가 그런 자리에 초대받았다간 차를 마시기 전부터 소화 불량에 걸리겠다
싶을 만큼 조심스럽고 공경스러웠다.
엘 양은 맨 처음 녹차를 탔다. 녹차는 맛이 깔끔해서 다식이 필요없다며
그냥 잔에 따라 주었다. 향이 희미했다. 철관음과 달리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향이었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엘 양이 정좌하여 하기에 나도 예를 맞추어 정좌해 앉았지만,
몸을 풀지 않은 채로 정좌하니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하릴없이 자세를 플고, 그 대신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끝물이 썼다. 원래 나중에 남은 물은 무척 쓰다고 했다.
그 다음 말차를 타 주었다.
저쪽에서 엘 양이 들어오는데 어느 발이 먼저 나가는지도 정해져 있다고 했다.
나랑 A 양이 앉은 자리 앞에 정좌하여 앉아 붉은 수건을 접었다.
수건은 접는 데에도 법도가 있다고 했다. 그 수건을 접어 찻잔과
다구를 닦았다. 엘 양이 말차를 타는 중에 물이 식었다며 투덜대었다.
다식으로 조그만 양갱을 종이 위에 얹어 우리 앞에 내주었다.
엘 양이 지금부터는 다식을 먹어도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양갱과 함께 갖추어 둔 조그만 칼로 양갱을 잘라 먹었다.
엘 양이 내 쪽으로 몸을 틀더니 나에게 일본식으로 절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엘 양에게 맞절을 했다.
엘 양이 자기 앞에 찻잔을 내려 두었다. 나 보고 몸을 움직여
(즉, 손을 뻗쳐 잡지 말고) 찻잔을 들라고 했다.
내가 찻잔을 들자 먼저 A 양에게 먼저 마시겠다고 인사하는 뜻으로
절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엘 양이 찻잔을 시계 방향으로
두 번 돌리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그런 뒤에야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녹색이었는데 가루를 풀어서 그런지 꼭 녹차 라떼 같았다.
물이 식어서 조금 쓰고 향이 깊지 않았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차를 다 마시고, A 양도 나랑 똑같이 했다.
그 다음은 홍차, 엘 양이 일본에서 산 프랑스제 홍차라고 했다.
홍차도 종류에 따라 향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회사명이나 차 이름을 어떻게 알겠는가.
예쁜 잔을 들고 케이크를 꺼냈다.
엘 양이 차를 달이고 우리는 얻어 마셨다.
홍차를 맛으로 먹을까? 난 향으로 마셨다. 향긋하니 기분이 봄날 고양이처럼 늘어졌다.
케이크도 맛있었다. 나랑 엘 양, A 양은 차를 마시며 일본 이야기며
애니메이션, 게임 이야기며로 수다를 떨었다.
엘 양이 부모님 생신이라고 해서 오후 6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한번 자리를 가지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향긋했다.
시험도 끝났고 날씨도 좋은데, 만나서 차를 마시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엘 양이 답하기를 친구에게 물어 보고 알려 준다고 했다.
저녁 때 답문이 왔다. 오후 2시에 오목교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다음날, 오전에 병원에 가고 반디 앤 루니스에서 책도 읽으며 소일하다가
시간 맞추어 오목교역에 갔다.
서로 길이 어긋났지만 별로 헤메지 않고 금방 만났다.
엘 양 고등학교 친구도 한 명 있었다. (A 양이라고 부르자)
오목교역 지하를 통해 음식점가를 둘러다니며 케이크 세 개를 샀다.
A 양과 내가 돈을 대었다. 엘 양은 차를 가져오고 A 양이 장소를 댔다.
A 양 집에 부모님이 하루 없으시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가까운 아파트에 갔다. 걔네 할머니꼐서 계셨다.
A 양 방에 들어가니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그림이 벽에 걸렸고
NT 노벨이 놓였으며, 마법이니 카발라니 하는 책이 책장에 있었다.
어쨰 익숙해 보이는 광경이라 피식 웃었다.
엘 양이 일본에서 일본식 다도를 배우더니, 한국에 와서까지 어떻게
배우는 모양이었다. 자기가 지금 하는 것은 자기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한 소리 할 만큼 대충 약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제대로 차를 마신 것은 선관무 하던 도장에서였다.
거기 관장님이 차를 좋아해서 다들 수련한 뒤 방에 모여 차를 홀짝이곤 했다.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철관음을 마셨다. 마실 때 향도 향이거니와
차를 다 마시고 난 뒤 입에 남는 느낌이 정말로 향긋해서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철관음은 중국에선 음료수처럼 흔한 차라고 한다.
보이차니 용정차니 하는 고급 차하곤 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고급 차가 아니어도 내 혀는 만나를 맛보는 듯했다.
그 다음부터 차라고 하면 눈을 붉히게 되었지만,
제대로 차를 마셔보지 못했다.
아버지께 지나가는 말로 "나중에 다도나 할까 봐요" 했더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돈도 많구나, 다도가 얼마나 돈 드는 취미인지 알고 그러냐?" 하셨다.
엘 양은 일본식으로 정좌하고 앉아 다구를 챙겼다.
붉은 수건을 접어 잔을 닦는데, 접는 데에도 법도가 있다고 한다.
선관무 도장에서 차를 마실 때, 내가 배운 예의는 단 두 가지였다.
첫째, 왼 손으로 찻잔을 잡고 오른 손으로 받쳐 마실 것
둘째, 소리내지 말고 마실 것.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어느 자리에서건 무례하단 소리는 듣지 않으리라 했다.
하지만 일본식은 많이 달랐다. 엘 양은 지금 하는 정도는 대충 대충이라고
했지만 내 보기엔 그 정도도 충분히 공경스러웠다.
엘 양이 설명해 주기를 일본에서 주인이 손님을 다회에 초대할 땐
정말 섬세하고 아름답게 미리 준비해 둔다고 했다.
꽃병 배치부터 해서 손님 자리, 주인이 손님을 마중하는 법, 비가 올 때 예의,
그 모든 사항을 꼼꼼이 따져 미리 계산해 둔다고 했다.
내가 그런 자리에 초대받았다간 차를 마시기 전부터 소화 불량에 걸리겠다
싶을 만큼 조심스럽고 공경스러웠다.
엘 양은 맨 처음 녹차를 탔다. 녹차는 맛이 깔끔해서 다식이 필요없다며
그냥 잔에 따라 주었다. 향이 희미했다. 철관음과 달리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향이었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엘 양이 정좌하여 하기에 나도 예를 맞추어 정좌해 앉았지만,
몸을 풀지 않은 채로 정좌하니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하릴없이 자세를 플고, 그 대신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끝물이 썼다. 원래 나중에 남은 물은 무척 쓰다고 했다.
그 다음 말차를 타 주었다.
저쪽에서 엘 양이 들어오는데 어느 발이 먼저 나가는지도 정해져 있다고 했다.
나랑 A 양이 앉은 자리 앞에 정좌하여 앉아 붉은 수건을 접었다.
수건은 접는 데에도 법도가 있다고 했다. 그 수건을 접어 찻잔과
다구를 닦았다. 엘 양이 말차를 타는 중에 물이 식었다며 투덜대었다.
다식으로 조그만 양갱을 종이 위에 얹어 우리 앞에 내주었다.
엘 양이 지금부터는 다식을 먹어도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양갱과 함께 갖추어 둔 조그만 칼로 양갱을 잘라 먹었다.
엘 양이 내 쪽으로 몸을 틀더니 나에게 일본식으로 절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엘 양에게 맞절을 했다.
엘 양이 자기 앞에 찻잔을 내려 두었다. 나 보고 몸을 움직여
(즉, 손을 뻗쳐 잡지 말고) 찻잔을 들라고 했다.
내가 찻잔을 들자 먼저 A 양에게 먼저 마시겠다고 인사하는 뜻으로
절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엘 양이 찻잔을 시계 방향으로
두 번 돌리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그런 뒤에야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녹색이었는데 가루를 풀어서 그런지 꼭 녹차 라떼 같았다.
물이 식어서 조금 쓰고 향이 깊지 않았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차를 다 마시고, A 양도 나랑 똑같이 했다.
그 다음은 홍차, 엘 양이 일본에서 산 프랑스제 홍차라고 했다.
홍차도 종류에 따라 향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회사명이나 차 이름을 어떻게 알겠는가.
예쁜 잔을 들고 케이크를 꺼냈다.
엘 양이 차를 달이고 우리는 얻어 마셨다.
홍차를 맛으로 먹을까? 난 향으로 마셨다. 향긋하니 기분이 봄날 고양이처럼 늘어졌다.
케이크도 맛있었다. 나랑 엘 양, A 양은 차를 마시며 일본 이야기며
애니메이션, 게임 이야기며로 수다를 떨었다.
엘 양이 부모님 생신이라고 해서 오후 6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한번 자리를 가지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향긋했다.
# by | 2006/05/05 01:01 | 모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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