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제목 :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원제 : What evil means to us)
찰스 프레드 앨퍼드 지음, 이만우 옮김,  서울, 황금가지, 2004

원제를 우리말로 옮긴다면 '악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정도일 터인데,
출판사에서 정한 이름보다 원제를 바로 옮긴 쪽이 제목으로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원문 글쓴이 문체인지 옮긴이 문체인지,
문체가 몹시 형이상학적이고 장황해서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주제,
'악이란 무엇인가' '악이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등등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특히나 종교적인 해석, 해법을 따르지 않고 그저 심리학적으로 다가가면서
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글쓴이는 결론을 확고하게는 제시하지 않고 이런저런 견해나 상황을 보여준다.
글쓴이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악의 무게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글쓴이는 악이란 주제로 설문지를 만들어
일반인들과 교도소에 수감된 중범죄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하고 토론했다.
(중범죄자들은 글쓴이와 함꼐 토론하기를 무척 즐겼고, 열중했다고 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중범죄자들은 일반적인 인식과 반대로 자기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자각하고 있더란다.
글쓴이가 소개한 일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글쓴이랑 토론하던 재소자가 한 명 있었는데, 자기 부모를 총으로 쏴 죽인 죄목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 사람이 글쓴이에게 말하기를,
"둘이 누워서 날 바라보는데, 정말로 그 순간만큼은 우리 가족도 화목한 것 같았어" 하더란다.
전후 사정을 듣지 않으면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하듯이 말했다고 했다.

또 어떤 재소자는
"그놈이 나 보고 살려달라고 애걸하는데, 그땐 정말 내가 그놈한테 신이나 다름없었지" 하더란다.

글쓴이는 재소자를 단죄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소자들도 글쓴이랑 이야기하기를 즐겼고)
글쓴이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악이 무엇인가' '악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하는 것뿐이다.
책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 악(EVIL)을 뒤집으면 삶(LIVE)이다
악은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것이고, 악은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는 것이며
악은 두려움을 없애려는 수단이다 -

심리학 책에서 다른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 마음 속에는 열등한 부분인 그림자가 있는데,
그 그림자야말로 인간 정신의 개성이며 창조성이라
이를 말살하면 인간성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글쓴이인 앨퍼드는
내적 세계가 부재한 사람은 주변을 자신의 먹잇감으로만 보며,
다른 사람과 교류할 방법을 몰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말도 했다.

남을 단죄하기는 쉽지만
자기를 단죄하기는 어렵다.

나는 악을 삶으로 할 수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by 비안네 | 2006/02/10 23:44 | 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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